"재생관광 시대 열자"…코펜하겐, 지속가능관광 '코펜페이' 모델을 전 세계로 확산하는 '데스티네이션페이' 발표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이 지속가능 관광의 획기적 모델인 '코펜페이'를 세계적 플랫폼 '데스티네이션페이'로 발전시켜 글로벌 관광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주도하겠다고 나섰다. 관광객의 친환경 행동에 보상을 제공하는 이 혁신적 시스템은 이미 100개 이상 도시의 관심을 받으며 베를린, 노르망디 등 주요 관광지로 확산 중이다.
데스티네이션페이 출범
코펜하겐 관광청 원더풀 코펜하겐(Wonderful Copenhagen)은 12월3일 코펜하겐에서 열린 유럽관광포럼 메인 무대에서 '데스티네이션페이'(DestinationPay)를 공식 출범했다. 데스티네이션페이는 코펜하겐의 성공적인 코펜페이(CopenPay) 모델을 전 세계 관광 도시가 채택할 수 있도록 설계한 글로벌 플랫폼이다. 이 시스템은 관광객이 자전거 이용, 쓰레기 수거, 친환경 교통수단 이용 등 긍정적인 행동을 통해 문화 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혁신적 관광 모델이다.
원더풀 코펜하겐의 쇠렌 페테르센(Søren Tegen Petersen) 최고경영자(CEO)는 "많은 방문객이 더 다양하고 의미 있는 경험을 추구한다는 것을 확인했다"라고 말했다.
"관광객은 더 이상 도시를 단순히 보는 것만으로는 만족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도시의 일부가 되기를 원하죠. 코펜페이가 그 기회를 제공했고, 데스티네이션페이는 이러한 사고방식을 전 세계로 확산시키는 방법입니다."
100개 이상 도시가 주목한 코펜페이
코펜페이는 2024년 여름 시범 사업으로 시작해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시범 운영 기간 4주 동안 자전거 대여 횟수가 29% 증가했으며, 참가자의 98%가 다른 사람에게 이 프로그램을 추천하겠다고 답했다. 더욱 주목할 만한 점은 참가자 10명 중 7명이 본국으로 돌아가서도 친환경 행동을 지속하겠다고 응답한 것이다. 이는 코펜페이가 단순한 관광 경험을 넘어 실질적인 행동 변화를 이끌어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성공에 힘입어 2025년 여름 코펜페이는 규모를 대폭 확대했다. 6월17일부터 8월17일까지 기간을 9주로 2배 이상 연장했으며, 국립박물관, 크론보르성, 덴마크 국립미술관, 코펜힐 등 100개 이상 기관이 참여했다.
올해는 특히 교통수단에 초점을 맞췄다. 기차나 전기차로 코펜하겐에 도착하거나 지속가능항공연료(SAF)를 구매한 여행객에게 무료 자전거 대여, 가이드 투어, 요가 세션 등의 보상을 제공했다. 또 4일 이상 머무는 관광객에게는 채식 레스토랑에서 무료 식사 등 추가 혜택을 줬다.
페테르센 CEO는 "관광의 가장 큰 기후 영향은 교통수단에서 나온다"라며 "따라서 우리는 기차 이용과 장기 체류를 장려한다"라고 설명했다.
코펜페이 출범 후 전 세계 100개 이상의 관광지 관계자가 원더풀 코펜하겐에 연락해 이 모델에 관심을 표했다. 일본, 스위스, 미국, 이탈리아 소도시 등 다양한 지역에서 관심을 보였으며, 유럽연합(EU)도 이 사업에 관여했다. 원더풀 코펜하겐 리케 페테르센(Rikke Holm Petersen) 마케팅커뮤니케이션 이사는 코펜페이 모델이 이미 확산 중이라고 설명했다.
"약 100개의 관광 기관이 우리에게 연락했습니다. 그들은 왜 이 사업을 했는지, 어떻게 했는지, 무엇이 어려웠는지, 무엇이 필요한지 물어봅니다. 약 10개 관광지가 진지하게 도입을 검토하는 중입니다."
베를린·노르망디 등 주요 도시로 확산
데스티네이션페이는 단순한 아이디어 공유를 넘어 실질적인 실행 도구를 제공한다. 내년 2월에는 온라인 웨비나를 개최해 지난 2년 간 축적한 모든 통찰과 학습 내용을 무료로 공유할 예정이다. 참가자는 데이터, 도구, 그리고 자신의 관광지에 맞는 코펜페이 모델을 개발하는 방법이 담긴 플레이북을 받게 된다.
독일 베를린은 데스티네이션페이를 채택한 첫 번째 도시로, 올여름 '베를린페이'(BerlinPay) 출범을 준비 중이다. 베를린관광청 자비네 벤트(Sabine Wendt) CEO는 "코펜페이는 사람들이 긍정적인 변화를 직접 경험할 때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관광을 개선하기 위한 강력한 개념이며, 다른 도시들도 이 아이디어를 고려하기를 바란다. 베를린에서는 현재 다양한 파트너들과 긴밀히 협력하여 우리 도시에 맞는 비슷한 개념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프랑스 노르망디 지역도 데스티네이션페이 프로젝트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노르망디는 이미 '저탄소 요금제'(Low-Carbon Rate) 이니셔티브를 운영 중이다. 이 제도는 기차나 버스로 노르망디에 도착하고 현지에서 대중교통이나 자전거를 이용하는 방문객에게 명소와 박물관의 10% 할인을 제공한다. 노르망디 관광청의 마이클 도즈(Michael Dodds) 이사는 "우리는 제도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코펜페이에서 영감을 받았다. 국제적으로 관광객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이러한 방식을 확대하는 데 큰 가능성을 본다"고 말했다.
소비 경제에서 경험 경제로의 전환
데스티네이션페이는 관광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고자 한다. 원더풀 코펜하겐은 이를 여행의 소비 경제에서 새로운 경험 경제로의 전환이라고 설명한다. 여행의 가치가 단순히 지출 금액이 아니라 기여도로 측정되는 새로운 관광 경제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EU 지속가능교통관광위원 아포스톨로스 치치코스타스(Apostolos Tzitzikostas)는 "우리는 혁신과 지속가능성이 함께 가는 관광 전환 경로(Transition Pathway for Tourism) 비전을 반영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코펜페이를 지원했다. 코펜하겐이 이제 데스티네이션페이를 통해 이 접근법을 글로벌 무대로 가져오는 것을 보게 되어 기쁘다. 이는 전 세계 많은 관광지에 영감을 줄 수 있는 솔루션"이라고 높이 샀다.
과잉관광 시대의 새로운 해법
2030년까지 전 세계 관광객이 18억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새로운 접근법의 필요성은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베니스, 바르셀로나, 마요르카 등 많은 관광 도시가 관광세나 입장료 같은 규제적 조치를 시행하는 반면, 코펜하겐은 '채찍'이 아닌 '당근' 접근법을 선택했다. 2023년 1천200만 건 이상의 숙박일수를 기록한 인구 60만 도시 코펜하겐은 관광을 긍정적 변화의 원동력으로 삼고자 한다.
코넬대학교 지속가능관광자산관리프로그램 메건 우드(Megan Epler Wood) 총괄이사는 "코펜페이는 관광객이 현지인처럼 코펜하겐을 즐기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는데, 이는 긍정적인 분위기를 만들고 더 큰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서도 "관광객의 교통수단, 숙박, 식사에 대한 더 철저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항공 여행이 관광객 환경 영향의 약 50%를 차지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코펜페이의 핵심은 관광객의 의도와 행동 사이 간극을 메우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칸타(Kantar)가 2023년 발표한 지속가능성 지표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 81%가 더 지속가능하게 행동하고 싶다고 답했지만, 실제로 행동을 바꾼 사람은 29%에 불과했다. 명확한 정보의 부족이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2024년 당시 원더풀 코펜하겐 미켈 한센(Mikkel Aarø Hansen) 최고경영자는 "코펜페이는 기본적으로 긍정적인 인센티브를 통해 이 간극을 얼마나 좁힐 수 있는지, 의도를 행동으로 전환할 수 있는지 보기 위한 실험"이라고 설명했다.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의 야심찬 목표
코펜하겐은 2025년 이코노미스트지(The Economist)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이자, 행복도시지수(Happy City Index)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도시다.
코펜하겐시에는 자동차보다 5배 많은 75만 대의 자전거가 있으며, 시민 62%가 자전거로 통근 혹은 통학한다. 자전거 전용 도로 382킬로미터(km) 갖추고, 운하는 수영할 수 있을 만큼 깨끗하며, 전력 70% 이상이 재생에너지다.
코펜하겐 소피에 안데르센(Sophie Hæstorp Andersen) 시장은 "코펜하겐이 지속가능한 삶의 선구자가 되는 것이 내 비전이며, 이는 방문객들이 의식적인 친환경 선택을 하도록 영감을 주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면 우리 도시가 긍정적인 변화를 위한 힘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데스티네이션페이의 야심은 단순하지만 글로벌하다. 각 관광지가 방문객 중 일부라도 좋은 행동에 보상한다면, 집단적 영향은 관광지에 의미 있는 가치를 창출하고 더 나은 글로벌 관광 경험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페테르센 최고경영자는 "코펜페이는 우리만 갖고 있기에는 너무 중요하다"며 "많은 관광지가 이미 도입을 고려하고 있으며, 베를린이 첫 번째로 자체 데스티네이션페이인 베를린페이를 만들었다. 우리는 다른 도시들이 이 모델을 사용하는 것을 허용하는 것이 아니라 장려하고 있으며, 우리의 모든 학습 내용과 심지어 직면한 어려움까지 공유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재생 관광 시대 도래
코펜페이는 단순히 환경 피해를 줄이는 것을 넘어 관광지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재생 관광'(regenerative travel)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예약 사이트 부킹닷컴 조사에 따르면, 관광객 70%가 자신이 방문한 장소를 발견했을 때보다 더 나은 상태로 남기고 싶어 한다.
프로그램 참가자들의 반응도 뜨겁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은 코펜페이를 "지속가능한 선택을 하면 보상을 받는 도시"라고 소개하며, 박물관 무료 입장, 무료 커피나 맥주, 현지 체험 할인 등의 혜택을 통해 관광객이 더 가벼운 발자국을 남기고 코펜하겐의 현지 문화에 참여할 수 있는 의미 있는 방법을 제공한다고 평가했다.
코펜페이 사업에 참여한 도심유기농농장 왼스하우(Øens Have)와 현지 식재료만 사용하는 레스토랑 라 반키나(La Banchina) 등 100곳이 넘는 현지 파트너가 덴마크 생활과 문화의 핵심 가치를 구현하는 보상을 제공한다.
원더풀 코펜하겐 페테르센 이사는 강조했다. "여행자는 호기심이 많고 평소와 완전히 다른 여행 경험을 열망하며, 많은 이들이 방문하는 관광지에 보답하기를 원합니다. 하지만 그런 일이 쉽고, 간단하고, 재미있어야 하며, 현지 도시와 문화에 맞춰져야 합니다."
글로벌 관광산업의 미래
코펜하겐의 사례는 혼자가 아니다. 하와이는 2020년부터 '말라마 하와이'(Mālama Hawai'i) 캠페인을 통해 관광객이 해변 청소, 나무 심기, 하와이안 퀼트 세션 등 지역사회 봉사 활동에 참여하면 현지 명소 할인이나 무료 숙박을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어 마우이 해변의 쓰레기를 줍는 관광객은 하나마우이 리조트에서 4번째 밤 무료 숙박과 2인 조식을 받을 수 있다.
코펜하겐은 이제 코펜페이의 학습 내용을 다른 국가들과 공유하여 대중관광을 긍정적인 변화를 위한 동력으로 전환하고자 한다. 데스티네이션페이 웹사이트에서 이 운동에 참여하고 행사에 등록할 수 있다. 관심 있는 이는 2026년 2월4일 오후 4시(CET)에 진행하는 웨비나에 등록해 두자.
코펜페이가 성공적으로 확산된다면, 헤스토르프 안데르센 시장은 이를 연중 프로그램으로 확대하고 다른 도시로도 퍼뜨리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데스티네이션페이는 단순히 한 도시의 실험이 아니라, 전 세계 관광산업이 지속가능하고 의미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새로운 길을 제시하는 첫걸음이다.
참고 자료
- 데스티네이션페이 공식 웹페이지
- Copenhagen Launches New Global Tourism Reward Scheme, Wonderful Copenhagen,2025년 12월3일
- 코펜하겐 지속가능 관광 사업 '코펜페이' 참가자 70% "친환경 생활 지속할 것", INSIDE DENMARK, 2025년 9월22일
- 코펜하겐 지속가능 관광 사업 '코펜페이', 전 세계로 확산, INSIDE DENMARK, 2025년 8월22일
- 코펜하겐, 지속가능 관광 시범 사업 '코펜페이' 시작, INSIDE DENMARK, 2024년 7월9일